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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키는 시선 산만한 걸음

2021, 혼합매체, 가변설치, 서울시립미술관 제작 지원

서울시립미술관 SeMA벙커

《우리가 전시를 볼 때 말하는 것들》

(2021년 10월 12일 - 2021년 11월 21일)

격주로는 관람자의 경험에 관심을 가진 관람자이자 동시에 창작자 및 기획자인 이들(ㅡ, ㅣ, ㄱ, ㅅ, ㅈ 씨)이 ‘격주로’ 모이는 모임이다. 이들은 관람자를 관람 대상을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소비자가 아닌 능동적인 관람 경험의 생산자로 상상한다. 이들은 관람자가 시민, 대중 등과 같은 포괄적인 어휘로 뭉뚱그려질 수없는 고유한 존재임을 이야기하며, 관람자의 자기 주도성을 가시화할 수 있는 관람 기록 방식들을 다각도로 실험해왔다. 본 전시에서 격주로가 제시하는 산만한 걸음 삼키는 시선 역시 제목이 가리키듯, 주어진 질서에 순응하기보다는 고유한 궤적을 그려나가는, 시선을 사로잡히기보단 스스로의 눈으로 이미지를 잡아채는 관람자의 모습을 그린다. 산만한 걸음 삼키는 시선은 인쇄물, 드로잉, 영상, 사운드 설치 등 제각기 다른

형식과 내용을 띈 분산된 형태의 6개의 ‘관람 기록’으로 나타난다. ‘관람 기록’들은 관람자의 몸과 맥락, 관람의 자의성, 관람자가 일으키는 불협화음 등을 가시화 하기 위해 고안된 여러 기록의 방법과 형식들을 포함한다. 나아가 격주로는 이를 관람자가 스스로의 경험을 다른 관람자들과 나누기 위한 예비적 도구로 상정하고, 본 전시의 관람자들에게 먼저 제안하며 이들을 또 다른 관람 경험과 기록의 생산자로 초대한다.

경험의 저수지

2021, 참여자 제작 영상과 사진을 게시한 웹사이트

Reservoir of Experience, 2021, website

참여자: 곽지민, 김지오, 문석희, 박성은, 박지현

경험의 저수지는 격주로와 서울시립미술관 마케터즈 ‘SeM’ 5인이 함께 수행한 ‘관람 기록 영상 제작 워크숍’의 결과물이다. 해당 워크숍의 참여자들은 지정된 전시를 각자 관람하며 자신의 경험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했다. 이들은 각자의 기록을 웹페이지에 모아 공유하고, 이를 소스로 삼아 활용하여 전시에 대한 각자의 주관적인 감상을 표현하는 ‘관람 기록 영상’을 제작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각 참여자들이 기록한 소스의 일부, 제작한 영상과 워크샵의 과정이 웹페이지를 통해 다른 관람자들에게 공유된다. 워크샵의 제목이자 참여자들의 소스 공유 플랫폼의 이름이기도 한 ‘경험의 저수지’는 이론가 데이빗 조슬릿의 표현에서 차용된 것이다. 그는 관람자들이 전시장에서 ‘나중에 보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작품을 찍거나 이를 SNS 등에

업로드 하는 경향과 현상이, 작품 감상을 위해 소비해야하는 막대한 시간을 하나의 “거대한 지연된 경험의 저수지(a giant reservoir of deferred experience)”에 저장하고 축적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말한다. 다만 워크숍의 참여자들은 단순히 ‘지연된 경험’의 복기를 위해 시간을 미뤄두는 것이 아니라, ‘경험의 저수지’에 저장된 영상과 이미지를 관람자로서의 자신과 스스로의 관람 경험을 표현하는 데 능동적으로 사용한다. 전시를 설명하는 리뷰가 아닌 주관적 경험의 생산물로서의 워크샵 결과물들은 각 관람자들이 소비한 개별적 시간이 모여 다중적 기억을 형성하는 공동의 장소로서의 ‘저수지’를 상상케 한다.

몽이산책

2021,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9분 15초

MongE Stroll, 2021, single-channel video, color, sound, 9min 15sec

몽이산책은 지극히 주관적인 관람 경험의 궤적을 그리는 영상이다. 영상 속 관람자라는 ‘신체’는 걷고 있는 몸뿐만은 아니다. 날씨, 입고 있는 옷, 이동 중 마주치는 사람들, 둘러맨 가방 속 잠든 강아지, 읽고 있는 텍스트가 관람자 ‘ㄱ’의 몸을 지나쳐간다. 이로써 관람자의 신체는 단순히 전시장이라는 목적지와 그 안에서의 감각들을 향해가는 그릇이 아니라, 전시를 보러 가는 것으로부터 촉발되어 전시를 경험하고 또 다시 돌아오기까지의 다양한 변수들이 교차하는 장소가 된다. 영상은 산보객이자 관람자 혹은 강아지, 카메라가 전시를 보기 위해 유람하는 시간들을 펼쳐낸다. 그러나 이 시간은 관람의 기억을 되짚는 것이 그렇듯 선형적이진 못하다. 영상은 전시가 선사한 환대의 감각과 기억이 개인의 사적 경험과 연결되고 내면에 쌓여가는 입체적인 과정을 보여준다.

*본 영상은 《초대의 감각》전(2021.5.1.-5.17.)의 관람 경험을 기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편식적 미식가

2021, 단채널 비디오, 종이에 연필, 펜, 수채, 색연필, 5분 10초, 4분 40초, 14.8x21 cm, 15.2x20.3 cm, 18x25 cm, 21x8.5 cm (15)

A Picky Gourmet, 2021, single-channel video, pencil, pen, watercolor, colored pencil on paper, 5 min 10 sec, 4 min 40 sec, 14.8°ø21 cm, 15.2°ø20.3 cm, 18°ø25 cm, 21°ø28.5 cm (15)

편식적 미식가는 전시를 비롯해 책, 잡지, 영화, 유튜브 그리고 다른 사람의 리뷰까지 다양한 시청각 콘텐츠를 탐닉해 온 한 관람자의 기록이다. 하지만 이 기록은 진지한 리뷰라기보다는 무언가를 우물거리며 순전히 본인에 취향에 따라 맛을 보는 ‘편식적인 미식’의 행위에 더 가깝다. 되짚는 듯한 손짓, 중얼거리거나

속삭이는 말투와 같은 비언어적 요소가 잔뜩 가미된 영상은 맛을 가진 음식을 오랫동안 음미하듯, 자신이 보았던 것들에 대한 기억을 더듬는다. 이따금 부정확하고 두서없으며 자의적인 말들로 이루어진 편식적

미식가는 ‘정숙한’ 관람 태도나 전문가의 ‘엄숙한’ 독해에 저항하며 개별 관람자의 자유로운 향유와 복기를 제안한다.

제멋대로인, 머뭇거리는

교차하는, 2021, 사운드 설치, 8분(반복재생), 오로민경과 협업

Capricious, Cautious, Involved, 2021, sound, 8min (loop), Collaboration with Oro Minkyung

제멋대로인, 머뭇거리는, 교차하는은 관람자가 일으키는 불협화음에 주목한다. 관람자는 자유롭게 그리고 선택적으로 관람할 가능성을 가지며 전시가 요구하는 바를 언제나 충실히 수행하지만은 않는다. 그러나 이는 때로 전시와 관람자 사이에 그리고 상이한 이해를 가진 관람자 사이에 충돌을 발생시킨다. 이 불협화음은 전시의 무능 때문일까, 관람자의 불성실 때문일까? 불가피한 불순물일까 혹은 생산적 가능성을 지닌 것일까? 제멋대로인, 머뭇거리는, 교차하는은 이런 질문에 답하는 대신, 불협화음을 결코 단일할 수 없는 관람 경험의 일부로서 전시 공간 내부에 자리하게 한다. 제멋대로인, 머뭇거리는, 교차하는 세 지점에서 관람자의 접근에 따라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음성으로 구성된다. ‘제멋대로’는 (무)의식적으로 누락된 혹은 오인된 관람 경험에 대한 이야기다. ‘머뭇거리는’은 관람자가 자신의 경험을 표현하는 말에서 흔히 발견되는 망설임의 표현을 모은다. 마지막으로 ‘교차하는’은 전시라는 공적 경험의 장에서 마주하거나 엇갈리는 서로 다른 관람자들 사이의 대화를 예시한다.

인트로

 2021, 종이에 디지털프린트, 40x8 cm (24), 40x300 cm (전체)

INTRO, digital print on paper, 40x28 cm (24), 40x300 cm (whole)

인트로는 아코디언 형태의 드로잉 북으로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전개가 달라진다. 홀수 면에는 인간 몸에 내재된 본능을 역사와 생애주기에 따라 추적해가며, ‘본다’는 행위에 축적된 인류의 감각, 경험, 기억을 다룬다. 짝수 면에는 관람을 수행하는 동안 끊임없이 변화하는 관람자의 몸감각에 대한 드로잉이 담긴다. ‘관람하는 몸’에 대한 고찰의 한 방법으로, 보는 이를 이루는 다층적인 요소들을 겹치고 펼쳐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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