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해석의 경로 : Re-mapping-Decoding-Sharing

워크숍 〈해석의 경로􏰄 Re􏰅mapping􏰅Decoding􏰅Sharing〉는

2020년 9월 27일 신촌의 어느 스튜디오에서 총 9인의 참가자들과 함께 전시 《홀로 작동하지 않는 것들》(아마도예술공간􏰃 2020􏰂8􏰂28􏰂~10􏰂11􏰂)의 관람 경험을 되돌아보는 세 시간 가량의 과정으로 이루어졌다.􏰂 본 워크숍은 관객의 경험을 기록하고 나누는 격주로의 방법론을 다른 이들과 함께 수행하고 공유하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되었다.􏰂 전시 경험은 시각적일 뿐 아니라 신체적이고 공간적인 것이라는 관점에서 격주로는 본 워크숍을 통해 관객의 신체를 직접 이용하여 관람 경험을 복기하고􏰃 재생산하며􏰃 공유하는 방식을 실험해보고자 했다.􏰂 그리하여 기록되지 못한 채 사라져버리는 관람하는 몸을 드러내고􏰃 다양한 관객들과 함께 전시 경험의 활성화를 모색함으로써 관객 경험의 실제에 좀 더 가까이 접근하려 했다.􏰂

수차례의 회의와 시연을 거쳐 워크숍을 준비했다􏰂 혹시 모를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하여 참가자는 소수의 인원으로 제한하고􏰃 전시 소비 문화의 확장이라는 취지에 따라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를 제외하는 방향으로 참가자 모집 기준을 설정했다.􏰂 전시는 아마도예술공간에서 진행되고 있던 《홀로 작동하지 않는 것들》로 정했는데􏰃 선정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로 전시 공간이 지나치게 거대하지는 않으면서도 관객의 다양한 선택과 반응을 살펴볼 수 있을 정도로 복합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둘째로 회화􏰃 설치􏰃 관객 참여가 가능한 키네틱 작품 등 여러 매체로 구성된 전시의 특성상 관객의 다양한 신체적 경험을 다룰 수 있으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은 전시 관람 전에 워크숍과 관련하여 미리 제작된 사전 참고 영상을 전달 받았으며􏰃 이를 시청한 후 전시를 각자 관람하고 워크숍 현장에 모였다.􏰂 현장에서 참가자들은 워크숍을 위해 제작된 유인물에 기억을 더듬어 전시 공간 및 작품􏰃 동선을 그려보며 자신만의 􏰆관람 스코어􏰇를 제작했다.􏰂 다음으로 한 명씩 돌아가며 밧줄􏰃 색지􏰃 천􏰃 그릇 등 다양한 일상적 오브제를 이용하여 실제 공간 위에 축소된 상상의 전시 공간을 공동 재현하였다􏰂 서로의 경험과 기억이 달랐기에 공간은 끊임없이 변경되었으며􏰃 공동의 기억을 구성하기 위한 대화와 협상이 계속되었다.􏰂 새롭게 만들어진 공간 속에서 참가자들은 직접 몸을 움직이며 각자의 관람 행위를 재연했으며􏰃 몸으로 드러낼 수 없는 경험적 층위를 함께 이야기하며 워크숍을 마무리하였다􏰂.

0. 사전 참고 영상

사정영상3_앉은자세.jpg
사정영상1_몸의무게를느껴보자.jpg
사정영상4_아칸토스테가.jpg
사정영상2_누운상태.jpg

참여자가 전시를 관람하러 가기 전에 자신의 신체적 지각을 조금 더 섬세하게 활성화할 수 있도록 참고용으로 제작된 사전 활동 영상이다. 이 영상은 드로잉과 함께 다음의 나레이션으로 구성되었다. 

전시장으로 출발하기 전, 계신 곳에서 몸의 무게를 느껴봅니다. / 앉아계신다면 의자와 닿는 내 몸의 면이 어떻게 눌리고 있는지 느껴봅니다. 숨소리 / 누워계신다면 내 몸과 바닥이 닿는 면을 느껴봅니다.뒤통수, 견갑골, 팔,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 발뒤꿈치… 숨소리 / 숨을 깊이 열 번 쉬어봅니다. / 이제 서서히 일어나볼 건데요. 정말 처언천히 내 몸의 무게를 느끼면서 일어나봅니다. / 마치 처음 뭍으로 나온 지구 최초의 육지동물이 중력을 이겨내듯이, 내 몸의 여러 곳에 가해지는 중력을 느껴보며 일어납니다. / 숨 / 이제 다 일어서셨나요? 고개를 돌려 주위를 돌아보며 척추를 움직여봅니다. / 그럼 이제, 한쪽 발을 바닥에서 뗍니다. / 그리고 조금 앞으로 보냅니다. / 이 때, 몸의 무게중심이 흐트러지며 넘어질 것 같습니다. / 그때 바로 올렸던 발을 바닥에 내려놓습니다. / 이제 다시 몸의 균형이 잡힙니다. / 다른 발도 앞으로 내딛어 걸어나아갑니다. / 이제 전시장까지 안녕히 다녀오십시오.

1. 개인 매핑 드로잉

공동 매핑 전에, 참여자 각자의 관람 경험을 복기하고 정리하는 시간. 전시 공간, 작품의 위치, 관람 동선과 더불어 관람 경험의 특이사항들을 복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기본 도면에 전시장의 공간 구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경우, 참여자들의 주관적인 복기를 왜곡할 수 있기 때문에 공간의 전체적인 외부 경계만을 도면에 제시했다.  

2. 공동매핑 

밧줄과 오브제로 전시 공간과 작품을 도면에 매핑하며 관람 당시 지각한 정보들을 함께 복기하는 단계이다. 각자가 인지했고 기억하는 전시 공간을 밧줄을 사용해 스튜디오 바닥에 2차원 도면의 형태로 재현한다. 공간이 완성되면 전시 공간의 작품 위치에 상응하게 오브제를 배치한다. 참여자들은 한명씩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한번에 하나의 밧줄 혹은 오브제만을 골라 매핑을 해나간다. 이 때 참여자는 오브제를 바닥에 놓는 동시에 본인이 인지하고 지각한 전시 경험을 이야기한다. 참여자는 앞선 실행된 다른 참여자의 매핑을 수정할 수 있는데, 이는 정확한 전시 공간을 재현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 다르게 인지한 주관적인 경험을 있는 그대로 보이기 위한 것이다. 맞고 틀린 것의 문제가 아닌, 각자가 다르게 지각한 경험을 쌓아나가고 지켜본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러한 공동 매핑은 참여자들이 더이상 덧붙일 요소가 없을 때까지 진행된다.

공동매핑1.jpg
공동매핑3.jpg
공동매핑2.jpg

3. 신체 워밍업

관객의 몸에 대한 자각 및 전시 경험의 신체적 재현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준비단계이다. 스튜디오 벽에 기대어 앉아 몸의 무게를 느끼면서 시작한다. 몸의 무게와 중력에 저항하며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는 스튜디오 공간을 거닐며 공간과 오브제들과 자기 몸의 관계를 지각해본다.

신체워밍업.jpg

4. 동선 재현

구현된 맵 안에서 한사람씩 관람 동선을 말없이 재현한다. 과거의 전시 관람 순간을 상기하며 참여자들은 각자의 동선을 거의 실제 지속 시간과 유사하게, 신체적 경험을 다시 불러일으키듯이 재현해본다. 마치 퍼포먼스와 같은 이 재현을 다른 참여자들은 조용히 지켜본다.

동선재현.jpg

6.리뷰토크  

앞선 활동을 통해 관객이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보았는지 되짚어보았다면, 이 단계에서는 그것을 전제로 각자의 경험에 대한 생각과 감상, 해석을 나누는 대화를 진행한다. 각자의 관람 경험을 시각적 요소로 가시화하고, 모호한 과정이 풀이되고 공유되면서 작품에서 많은 이야기가 파생된다.   

리뷰토크.jpg

7.피드백 

 

사전 영상에 대한 피드백 

“관람 준비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워크숍은 미술 관람에 관심이 있는 일반 관객들에게 좋은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더 많은 이들이 경험해보면 좋겠습니다.” 

 

“영상에 그림이 예뻐서 그걸 자꾸 보게 되더라고요. 몸에 집중하기보다는.. ㅎㅎ”

 

“몸과 마음가짐을 준비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좋았습니다. 다만 '전시장으로 출발하기 직전에 이 영상을 보라'는 등의 지시사항이 있으면, 영상 볼 타이밍을 정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개인 매핑 드로잉에 대한 피드백

“처음 해봐서인지 어떻게 그려야 되지?란 의문이 들었지만 각자의 방법대로 그리면 된다는 걸 알고는 편하게 했습니다. 공동매핑을 위한 좋은 사전활동이었습니다”

 

“내 동선을 그려보는 경험이 처음이어서 흥미로웠고, 생각보다 동선을 잘 기억해 내는 내가 기특했다. (전시 당일날 봄 ㅎㅎ)”

 

“전시의 기억을 되살린다는 점에서 간단하지만 괜찮은 워밍업 같아요.”

 

공동 매핑에 대한 피드백

“전시장에 대해 말하는 정보가 평등하게 다뤄진다는 점이 재밌었어요. 여기에 뭐가 떨어져 있었다거나 어두운 곳이 익숙하지 않았다거나 어쩌면 사소한 정보들을 경중을 따지지 않고 다 동등하게 귀기울여 듣게 되었습니다.”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본 것이 흥미로웠다. 내가 그냥 지나친 걸 다른 분들(특히 미술 전공자분들)은 더 잘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포인트가 더 알고 싶긴 했다.”

 

“각자의 감상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반응을 즉각적으로 살필 수 있다는 점도 재밌었습니다.”

 

신체 워밍업에 대한 피드백

“전시를 감상할 때의 몸동작을 구체적으로 떠올려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확실히 생활 속의 동작과는 좀 다르구나 느꼈습니다.”

 

“스튜디오와 친숙해지는 시간, 다음 단계를 위한”

 

“몸의 긴장을 풀 수 있었습니다. 순서를 공동매핑 이전에 해도 좋을 것 같아요. 공동매핑도 몸으로 움직이며 하는 활동이니까요.”

 

동선 재현에 대한 피드백

“공동 매핑과 중복되는 느낌도 있었지만 전체 관람동선을 복기하고 상상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를 재연해야 할지, 현재의 상태에서 해야 할지 헷갈렸다. '작품이 벽에 걸려있다고 생각하고 바닥을 보지 않아도 됩니다.'라는 디렉션에서 '아 재연이구나!' 싶었는데, 그렇다면 재연이 아닌 스튜디오의 상황에서 즉흥으로 해보는 건 어떨까 싶기도 했다. 한 사람씩이 아니라 한꺼번에 다같이 해보면 어떨까 싶기도 했다. 하나의 퍼포먼스라고 느꼈다. 전시장에서의 기억을 더 완벽하게 재연하고 싶었는데, 내 몸의 디테일이 잘 기억이 안났다.”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습니다. 좋은 점이 있다면, 전시를 볼 때 내 모습을 제 3자의 눈으로 관찰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는 거예요. 한편으로는 동선을 따라 움직이는 방식을 재현하는 것만으로 많은 몸의 활동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공연장을 움직이는 활동=몸의 활동 이라고 하면, 단순화된 것이기는 하니까요.” 

 

리뷰토크에 대한 피드백

“얘기가 많이 나올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쉬운 느낌이 들어 시간이 좀 부족했다고 느꼈습니다.”

 

“이야기들이 너무 흥미로웠는데, 범위가 좀 넓었던 것 같기도 하다. 전시 서문, 개별 작품, 전시 공간, 미술과 타 장르 사이의 차이 등 할 얘기가 너무 많았다. 이것만 3시간 해도 모자랄 지경(ㅋㅋ) 질문을 더 세분화해도 좋을 것 같다. 전시에 대한 피드백이 아니라 이 워크숍에 대한 피드백을 더 나눴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했다.”

 

“의견을 본격적으로 나눌 수 있었다는 점에서 좋았으나, 앞서 행했던 몸 체험 복기 활동과 잘 연결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전시 어떻게 보셨나요'라는 질문을 듣자 다시 (말로써) 평을 해야 한다는 평소의 기본 모드가 끌려나와서일까요. 직접적으로 작품에 대해 말해보자,가 막연하기도 하고 '감상을 말한다는 것'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참여자의 경우 갑자기 심리적 장벽을 느낄 수도 있을 거 같아요. 1)다른 몸의 활동으로 표현해보는 등 말 이외의 수단으로 표현하는 간단한 활동을 같이 해보거나 2)질문을 던지는 방식을 다양하게 해보면 어떨까요? 똑같이 말로 표현하더라도 '이 작품을 보고 연상했던 이미지라던가, 자신의 경험이 있었나요?' 등 질문을 재밌게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bottom of page